201804. 책<가짜감정>
감정,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게 감정이다. 이전 책 <마음사전> 후기에도 적었듯이 사람마다 감정의 정의는 다르게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은 기쁨, 슬픔, 분노, 쓸쓸함.... 기본적으로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야 비슷할지언정 감정을 둘러싼 개인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앞의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에 따라 감정의 단어들이 주는 의미는 다를 것 같단 말이다. 이 책에서는 감정의 의미를 좌지우지하는 요소들에 따라 솔직한 감정의 겉면에 씌우는 가면같은 '가짜감정'이 우리 삶에서 많은 행복을 앗아가고 있는지에 관해 설명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카운셀링해주는 책이다. 진짜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나란 존재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일. 어려운 일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괴로운 일이라, 나는 쉽게 외면해버리곤 한다.
계속 품기엔 뜨겁고, 내보내면 내가 다친다.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내 모습에 금이 가거나, 주변 사회에서 나를 비난할까봐 두렵다. 나에겐 분노라는 감정이 그렇다.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달걀이 먼저나 닭이 먼저냐의 싸움이랑 다를 게 없지만, 분노를 한 번 배출하면 '그것조차' 참지 못하는 내가 싫고, 주변에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또 두렵다. 스스로를 너무 억압한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에 스쳐도 나중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안보다는 훨씬 나은 처사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감정을 어르고 달래는 방법을 모르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감정을 외면해버리고 마는 방법이다. 다른 감정으로 바뀔 수 있는 딴짓을 하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불꽃처럼 튀어오르는 감정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는다. 최대한 내 감정과 상관없는 일을 하거나, 분노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일을 하면 참 시간은 잘 간다. 때론 그 시간에 감정 위에 시멘트를 덮어 아예 없던 것처럼 만들기도 한다. '나는 화가 나지 않았어' 라며 화를 내는 자신을 외면하기도 한다. 탄 흔적이 남아있는 것처럼 개운하진않지만 그런대로 살아진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것이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이유, 내가 간과하고 있던 맹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감정은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지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효과적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건 감정의 일시적 해소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감정은 느끼고 표현되지 않으면 절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는 감정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쌓여 호시탐탐 밖으로 나올 기회를 엿보거나, 제발 자기를 알아달라고 떼를 쓴다.
감정은 늘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 응어리처럼 내 무의식에 맺혀선, 기회를 엿보고 있으며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다시 분노할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온다면 억눌렸던 것만큼 화산처럼 폭팔한다. 때론 미지근하게 내면에 흐르면서, 분노보다 약한 감정으로 내 생활 곳곳에 표현되려고 한다. 내 생활인데 내 맘처럼 되는 일이 없어진다. 왜 그곳에서 짜증이 났을까, 라는 의문을 품으며, 원래의 나라면 잘 하지 않을 행동, 생각들일 하게 된다. 감정을 억압하는 건, 영문도 모른 채 스스로가 싫어지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해결책으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내가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감정 조절' 이다.
조절, 나는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억압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조절은 균형을 맞추는 행위인 반면 억압은 찍어 아래로 누르는 행위인 아주 다른 단어인데 말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감정을 잘 못 다루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
감정 조절이란 괴로운 감정에서 도망가지 않고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말이 어렵다.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면 있는그대로 표출하면 되는 일일까? 하지만 나는 사회 속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에선 사회가 수긍할 수 있으면서 보다 나에게 편리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 아무리 격한 감정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기 마련이다. 불꽃같은 감정에 있는그대로 나를 그속에 집어던지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정말 어려운 단어다.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이 감정이 나의 것이란 사실, 상대방이 내게 불꽃을 던져주는 것 같으나 사실은 상대방으로 인해 스스로가 내면의 불꽃을 피우는 걸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과 같다. 사람에게 감정이 주는 의미란 그 사람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이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 사회와도 관련 있다(내 생각). 이 말은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종류, 또는 그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 상대방이 내게 감정을 불려일으키는 거라면, 누구든 똑같은 감정과 그 정도를 느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감정은 내가 일으키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좀 억울한 면도 생긴다. 쟤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쟤를 탓하지 말란 말인가? 이 책에선 이런 면도 언급하고 있지만, 내 후기에선 이쯤 적고, 혀튼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진다. 내 감정이기 때문에 내가 다룰 수 있고,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위안이 생기기 시작한다. 상대방이 내게 무슨 짓을 해도 너따위가 감히 나를 화나게 할 수 없다, 라는 생각이 썩 나쁘지 않다.
책 후기면서 책 이야기보다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한 것 같지만, 힘들어서 더 못쓰겠다. 여기서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는 걸로 하고... 결론을 내자면, 이 책에 대한 내 주관적인 느낌을 쓰고자 한다. 사실 정말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책장을 덮고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었다. 읽다보면 내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물밀듯 올라와서 너무 힘들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상담 1번 받은 기분이라,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었다. 그래서 당분간 이런 류의 책은 사지 않을 예정이다. 이미 감정에 관한 책은 책장에 여러 권 꽂혀있다는 것도 이유지만, 이 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다.